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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에 버무린 외할머니표 오이 김치와 가족의 사랑을 떠올리며
외할머니의 오이 김치가 그리운 날
여름날, 외할머니가 부엌에서 오이를 썰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칼이 도마 위에서 부드럽게 움직이며 내는 소리, 푸릇한 오이의 신선한 향기가 방안을 가득 채우곤 했다. 나는 부엌문 밖에서 살짝 얼굴만 내밀고 외할머니의 손놀림을 지켜보곤 했다. 그때는 내가 외할머니에게 미움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괜히 나를 귀찮아하시고 내 말에 대꾸도 없으신 것 같아서.
하지만, 외할머니는 늘 내가 오면 고추장에 버무린 오이 김치를 만들어주셨다. 크고 작은 오이 조각들에 붉은 고추장이 묻어 반짝거리고, 첫입을 베어 물었을 때 퍼지던 아삭한 소리와 새콤달콤하고 짭짤한 맛이 아직도 잊히질 않는다. 그 맛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외할머니의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이었다.
오이 김치의 매력과 외할머니의 비법
고추장 오이 김치는 흔히 접할 수 있는 반찬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집에서는 오이 소박이처럼 국물이 있는 김치를 더 선호했지만, 외할머니의 오이 김치는 조금 달랐다. 썰어놓은 오이에 고추장, 마늘, 참기름, 그리고 살짝의 설탕을 넣어 손으로 직접 버무리며 간을 맞추셨다.
"달지 않게 해야 맛있다. 이게 그냥 고추장 맛이면 안 돼."
외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시곤 하셨다. 그 말씀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몰랐지만, 그 결과물은 언제나 완벽했다. 적당히 간이 배어 있으면서도 오이의 신선함은 그대로 살아 있었고, 무엇보다 고추장의 향긋한 맛이 혀끝에 오래 남았다.
엄마도 외할머니의 비법을 그대로 배워서, 내가 결혼 후에도 가끔 그 오이 김치를 만들어주시곤 했다. 냉장고를 열어 고추장 양념이 살짝 배인 오이를 꺼내 먹으면, 어린 시절 외할머니의 부엌이 떠오르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오이 김치를 다시 맛볼 수 없다. 외할머니도, 엄마도 더 이상 내 곁에 없으니 말이다.
그리운 손맛과 전하고 싶은 사랑
어느 여름날, 엄마가 만들어준 오이 김치를 먹으며 말했다.
"엄마, 이거 외할머니가 해주시던 맛이랑 똑같아."
그러자 엄마는 말없이 웃으셨다. 그 웃음 속에는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깊은 정이 담겨 있었다.
이제 내가 다시 그 오이 김치를 만들 수 있을까? 외할머니와 엄마가 차례로 내게 전해주셨던 사랑과 정성이 담긴 음식을 말이다. 아직은 자신 없지만, 언젠가 용기를 내어 칼을 잡아보려 한다. 아삭한 오이를 썰고 고추장 양념을 손끝으로 버무리며, 그 맛을 기억하고 싶다.
여러분의 집에도 그렇게 사랑을 전하던 음식이 있나요? 그 음식을 통해 다시금 가족의 사랑을 떠올릴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작은 추억 한 조각을 떠올려 봅니다.
고추장 오이 김치 레시피
외할머니와 엄마의 손맛을 떠올리며 간단하고 맛있게 만들 수 있는 고추장 오이 김치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재료
(4인분 기준)
- 신선한 오이: 5개
- 고추장: 4큰술
- 다진 마늘: 1큰술
- 참기름: 1큰술
- 설탕: 1작은술
- 식초: 1큰술
- 깨소금: 1큰술
- 소금: 약간 (오이 절임용)
만드는 방법
1. 오이 준비
- 오이를 깨끗이 씻고 양 끝을 살짝 잘라낸 뒤, 3~4cm 길이로 잘라주세요.
- 길게 잘린 오이를 다시 4~6등분하여 적당한 크기로 썹니다.
- 볼에 썬 오이를 넣고 소금을 약간 뿌려 10분 정도 절여 수분을 빼줍니다.
- 절인 오이는 찬물에 헹군 후 물기를 꼭 짜주세요.
2. 양념 만들기
- 큰 볼에 고추장, 다진 마늘, 참기름, 설탕, 식초를 넣고 잘 섞어 양념장을 만듭니다.
- 고추장 양념은 간을 보고, 단맛이나 짠맛을 조절하세요.
3. 버무리기
- 물기를 짠 오이를 양념장에 넣고 손으로 조물조물 섞어주세요.
- 양념이 고루 배도록 부드럽게 버무리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4. 마무리
- 버무린 오이를 접시에 담고 깨소금을 솔솔 뿌려 마무리합니다.
- 먹기 전 30분 정도 냉장고에서 숙성하면 양념이 더 잘 배어 맛이 좋아집니다.
팁
- 오이를 너무 오래 절이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아삭한 식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고추장 양념에 고춧가루를 살짝 추가하면 더 진한 맛을 낼 수 있습니다.
- 참기름은 한 번에 다 넣지 말고 취향에 따라 가감하세요.
이 레시피는 외할머니와 엄마의 사랑을 담아, 그리운 손맛을 재현해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여러분의 식탁 위에 따뜻한 추억을 더해보세요! 😊